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고등학교 동창을 떠나보내다..

카테고리 없음

by zxmcnajksdflaksjfkvxxkcv 2024. 8. 18. 06:05

본문

728x90
반응형
SMALL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이 이른 나이에 암으로 죽었다. 2024년 7월 18일 12시 즈음, 잠에서 깨자마자 룸메이트에게 부음을 들었다. 고인의 친한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주인장 친구와 함께 장례식장이 있는 지역으로 급히 내려갔다. 주인장 친구는 생전 고인과 함께 일본 여행을 가고, 작별 직전 병문안을 갔을 정도로 무척 친한 사이였다.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할 텐데, 친구는 주인장을 집에 내려주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가 다음날 입관식을 지켜봤다. 주인장은 집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조문을 갔다. 그런데 전날 차 태워준 룸메이트 친구가 저녁에 동창들 오니까 저녁에 다시 가자고 했다. 아침 조문을 마치고 집에 돌아간 주인장은 저녁에 친구와 다시 갔다.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에 도착했다. 좀 썰렁했던 아침보다 조문객이 많고 시끌벅적했다.

고인은 3학년 때 같은 반이었지만 친한 사이는 전혀 아니다. 말 한 번 주고받은 적 없다.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나, 서로 관심이 없어 자연스레 교류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졸업했다. 이름을 들어도 누군지 전혀 기억이 안 났다.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친구가 공교롭게도 고인의 시신을 모셨는데, 고인이 동창인 것을 알고 카톡으로 졸업 앨범 사진을 보여줬다. 얼굴을 보자 누군지 어렴풋이 기억났다. 시간을 앞서 장례식 끝나고 닷새 뒤, 룸메이트가 그린 고인이 생전 좋아한 러브라이브 캐릭터 그림을 보았다. 그림을 본 순간, 고인이 러브라이브 캐릭터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니다 걸려서 친구들에게 장난으로 갈굼 당하는 걸 책상 두 개 넘어 본 기억이 났다.(그때 장난으로 갈궜던 친구들은 고인을 조문하러 왔다) 이게 머릿속에서 박박 긁어 끄집어낸 고인에 대한 유일한 기억이다.

처음 소식 듣곤 조의금만 친구 통해서 전달하고 조문을 안 가거나, 조문을 가더라도 잠깐 머무르다 떠날 생각이었다. 남이나 다름없어서 조문 가기 부담스러웠다. 유족을 만나도 심심한 위로 이상 할 말도 없고. 특히 저녁에 다시 조문하러 갈 때는 '부의금 넣고 식사도 하고 갔는데, 또 가서 밥 먹고 식장에 머물면 결례 아닌가?' 이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다시 식장을 찾았을 때 고인의 동창들도 있었다. 고인을 조문하러 온 동창들은 생전 고인과 친했던 친구. 주인장과는 대화를 하지 않았던 서로 무관심한 사이. 동창 10명 정도가 두 테이블 차지하고 반가운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었다. 고인에 대한 추억도 꺼냈다. 옆에 앉아있던 주인장은 몹시 불편해서 자주 바깥에 나갔다. 있기 싫으면 집에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자리를 지켰다. 못 본 지 오래된 주인장 친구 몇이 밤늦게 조문을 온다길래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자 기다렸다. 입 다물고 가만있으니 몸이 간지러워 잠깐 쓰레기 치우는 일을 도왔다. 밤 9시가 넘으니까 조문객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다. 주인장이 기다린 친구들은 대구에서 밤늦게 도착했다. 반가워서 그동안 침묵했던 주인장이 드디어 입을 크게 열었다. 새벽까지 대화가 많이 오갔다. 숙직실에서 잠시 자던 장례지도사 친구도 새벽에 일어나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룸메이트 친구가 주인장에게 발인식 때 운구를 함께 해 달라고 부탁했다. 직전까지 고인의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다녔지만 사람을 못 구한 모양이었다. 조문 온 친구 대부분이 시간이 없거나 사정이 있어 친구 마지막 길을 함께 할 수 없었다. 주인장은 생전 친한 친구가 작별을 함께하며 관을 들어줘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걸렸지만 손이 필요하다니까 수락했다. 발인식 시간이 아침 6시여서 집에 돌아가지 않고 빈소 맨바닥에 누워 쪽잠을 잤다. 새벽 4시 넘어 일어났다. 새벽에 아침 식사를 하고 아침 6시에 발인식이 시작했다. 주인장이 고인의 친구들과 관을 운구하고 화장과 봉안도 지켜보았다. 운구를 함께한 고인의 친한 친구는 다섯 명. 봉안을 마치고 고인을 완전히 떠나보내자 네 명이 눈물을 터뜨렸다. 한 명도 안경 때문에 잘 안 보이지만 발인식 중 울었던 것 같다. 주인장은 고인의 이른 죽음은 안타까웠지만 남들처럼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친구 관계가 아니고, 고인과 인연도 기억도 없다. 눈물 흘리고 싶어도 추억이 없어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고인의 친구들이 울 때 주인장은 울지 않고 멀뚱하게 있으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몹시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지가 어떻든 큰 결례로 느꼈다. 지금도 잘못된 것 같다. 전혀 모르는 데다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인간이 끼어 있었으니, 예수 품에 안긴 고인의 기분이 꽤 이상했을 게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 영역